
신혼집을 채울 가전 목록을 적다 보면 정수기 앞에서 한 번 멈칫하게 됩니다.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사면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렌탈로 둘지 한 번에 살지부터 정해야 하고 의무사용기간이며 위약금이며 낯선 말이 줄줄이 따라오거든요.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구조만 한 번 잡아두면 나중에 해지하거나 집을 옮길 때 손해 보는 일을 줄일 수 있어요. 정수기 렌탈을 처음 알아보는 신혼부부가 헷갈리기 쉬운 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렌탈로 쓸지 사버릴지 고민이라면
정수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들입니다. 매달 렌탈료를 내는 렌탈, 그리고 한 번에 값을 치르는 일시불이에요. 렌탈은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계약 기간에는 필터 교체와 점검, 무상 수리까지 묶여 있어서 따로 신경 쓸 일이 적습니다. 반대로 일시불은 처음에 목돈이 들지만 매달 나가는 돈이 없고, 관리 서비스는 필요하면 따로 신청하는 식이에요.
여기서 렌탈이 더 싸다고 여기기 쉬운데, 총액으로 따져보면 일시불 쪽이 더 적게 드는 경우가 많아요. 렌탈은 제품값에 관리비와 이자 성격의 비용이 얹혀서 기간 동안 나눠 붙기 때문이에요. 다만 제휴카드 실적을 매달 채울 수 있는 신혼부부라면 월 렌탈료가 꽤 내려가서 이 격차가 거의 사라지거나 역전되기도 합니다. 카드를 어차피 쓸 거라면 렌탈이 합리적이고, 목돈에 여유가 있고 관리는 직접 하겠다 싶으면 일시불이 잘 맞아요.
직수형과 탱크형 정수기의 차이
정수 방식은 물탱크가 있느냐 없느냐로 갈립니다. 직수형은 탱크 없이 필터를 거친 물을 그때그때 바로 내보내는 구조예요. 물이 고여 있지 않으니 위생 관리가 단순하고, 몸집이 작아서 좁은 싱크대 위에도 잘 올라가요. 냉온수를 만드는 전력 소모도 탱크형보다 적은 편입니다.
탱크형은 걸러낸 물을 안에 저장해 뒀다가 쓰는 방식이에요. 한 번에 많은 양을 받아 쓸 수 있어서 물을 많이 쓰는 집이나 지하수를 쓰는 환경에 어울립니다. 대신 탱크에 물이 머무는 만큼 위생에 더 신경 써야 하고, 부피도 큽니다.
신혼집은 보통 두 사람이 수돗물을 쓰는 환경이라 직수형이 무난해요. 마시고 요리하는 정도면 한 번에 받는 물의 양이 크지 않고, 주방 공간도 아껴야 하니까요. 물을 유난히 많이 쓰거나 인원이 늘어날 계획이 있다면 그때 탱크형을 고려해도 늦지 않습니다.
방문관리와 자가관리는 비용이 다릅니다
필터를 누가 갈아 끼우느냐에 따라 관리 방식이 둘로 나뉩니다. 방문관리는 전문 매니저가 정해진 주기로 집에 와서 필터를 교체하고 내부를 살균 세척해 줘요. 손댈 게 없다는 점은 편하지만, 방문 일정을 맞춰야 하고 월 비용도 더 붙습니다.
자가관리는 업체가 필터를 택배로 보내주면 직접 갈아 끼우면 됩니다. 매니저 방문이 없는 대신 월 비용이 방문관리보다 낮습니다. 요즘 나오는 직수형은 필터 교체가 어렵지 않게 설계돼 있어서, 설명서대로 몇 분이면 끝납니다.
신혼집처럼 두 분이 쓰는 환경이면 자가관리로도 충분히 굴러갑니다. 다만 살균 기능은 챙기는 편이 좋아요. 고온이나 자외선, 전기분해 살균 중 하나라도 들어간 제품을 고르면 내부 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손으로 관리하는 게 영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방문관리를 고르면 되고요.
계약서에서 꼭 확인할 항목
제일 먼저 볼 항목은 기간이에요. 그런데 기간이 두 가지로 나뉘어 있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의무사용기간과 계약기간은 다릅니다
의무사용기간은 최소한 이만큼은 써야 한다고 약속한 기간이에요. 보통 3년이나 5년으로 잡힙니다. 계약기간은 렌탈료를 다 내는 기간이라 의무사용기간보다 길게, 5년에서 6년 정도로 설정됩니다. 이 둘을 같은 걸로 착각하면 해지 시점을 잘못 잡게 됩니다. 의무사용기간만 넘기면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지만, 계약기간까지 다 채워야 제품 소유권이 내 앞으로 넘어와요.
중도 해지하면 위약금이 붙어요
약정을 채우기 전에 해지하면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이때 남은 렌탈료 전부를 무는 게 아니라, 계약서에 정해진 비율만큼만 냅니다. 산정 방식은 브랜드마다 달라서, 위약금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그리고 어떤 조항을 근거로 매기는지 계약 전에 직접 확인해 두세요. 반납할 때는 출장비가 청구되기도 하고, 제품이 망가져 있으면 수리비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납을 앞뒀다면 무상 수리부터 받아 두는 게 순서예요.
렌탈 계약을 맺을 때는 렌탈기간과 의무사용기간을 확인하고, 중도 해지 시 부담해야 할 비용을 미리 따져보라고 당부합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계약기간이 끝나 소유권이 내 앞으로 넘어오면 무상 점검과 무상 수리 혜택은 사라집니다. 그래도 관리를 계속 받고 싶다면 멤버십이나 케어십이라고 부르는 저렴한 유상 서비스로 이어갈 수 있어요. 소유권이 언제 넘어오는지, 그 뒤 관리는 어떻게 되는지까지 계약 전에 그림을 그려두면 기간이 끝난 다음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신혼집에서 자주 빠뜨리는 부분
계약 조건을 다 봤더라도 막상 설치 단계에서 걸리는 게 몇 가지예요.
- 설치 위치부터 정하고 계약하세요. 직수형이라도 수도 분기와 전원 콘센트가 가까워야 설치가 되고, 싱크대 구조에 따라 자리를 못 잡는 경우도 있어요.
- 월 렌탈료 외에 등록비와 설치비가 따로 있는지 상담 때 물어보세요. 광고 금액에는 빠져 있다가 계약서에서 더해지는 일이 흔해요.
- 제휴카드 혜택을 받을 거라면 매달 채워야 하는 실적 조건을 먼저 확인하세요. 실적을 못 채우면 할인이 빠져서 생각보다 비용이 올라갑니다.
- 이사가 잦을 수 있는 신혼 초라면 이전 설치가 무료인지 유료인지 확인해 두세요. 옮길 때마다 출장비가 붙으면 부담이 커요.
- 계약서와 사은품 조건을 같이 챙기세요. 후기 작성이나 일정 기간 사용을 조건으로 받은 사은품은 약속을 어기면 반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